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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째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고, 잠들기 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읽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엄마인 나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육아서를 찾아 읽으면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했던 기억이 많지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것은 직접 부딪치며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 홍보라 작가의 『엄마 리딩』을 읽었다. 부제는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책과 만나다’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상하게 내 지난 육아가 계속 떠올랐다. 다른 엄마의 독서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자꾸 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특히 저자가 지치고 힘든 순간에 책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표현은 ‘살기 위해 독서를 했구나’였다. 책을 좋아해서 읽는 것과 삶이 힘들어서 책에서 무언가를 붙잡으려고 읽는 것은 조금 다른 독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이제는 나도 조금 이해가 됐다.
엄마 독서, 아이 책은 읽어주면서 나는 왜 읽지 않았을까
첫째를 키울 때 나는 육아서를 많이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육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책도 많이 읽어줬다. 육아와 관련된 교육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직접 책을 펼쳐 아이의 발달이나 부모의 마음을 공부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마 첫째가 비교적 순한 편이었던 것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첫째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직접 데리고 있던 시간이 길었는데도 육아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다. 아이가 큰 문제 없이 잘 지내니 나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이가 순해서 키우기 수월한 것과 내가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을 잘 몰랐다. 아이가 크게 떼쓰지 않고 부모의 말을 잘 따른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의 마음과 기질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다.
둘째와 셋째까지 키우면서 그 사실을 훨씬 분명하게 알게 됐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같은 집에서 자라도 세 아이의 성향과 반응은 놀랄 만큼 달랐다. 첫째에게 통했던 방법이 다른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기도 했고, 이미 두 아이를 키웠으니 웬만한 것은 알겠다고 생각했다가 셋째를 보며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엄마 리딩』을 읽으면서 그래서 자꾸 첫째를 키우던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그때 육아서를 조금 더 읽었더라면 아이를 더 잘 키웠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방법이 조금 더 다양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방식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마음이 이해됐다
『엄마 리딩』의 뒤표지에는 저자가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싶거나 지치고 힘들 때 책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데 힘을 쏟던 평범한 엄마가 어느 순간 자신을 위한 독서를 시작했고, 자기계발과 심리학, 에세이, 고전 등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면서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독서는 취미이고, 누군가에게는 공부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시기의 사람에게는 책 한 권이 하루를 버티고 자기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되고 나면 하루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향한다. 아이가 무엇을 먹었는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냈는지, 숙제는 했는지, 준비물은 챙겼는지 생각한다.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내 일보다 먼저 아이의 일을 해결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요즘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는 뒤로 밀려날 때도 있다.
나 역시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에 관한 고민은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펼쳤는데 읽다 보면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왜 이 행동에 이렇게 화가 날까?’,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내가 불안해서 아이를 더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같은 질문이 생긴다.
육아서를 읽는 일이 아이를 바꾸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엄마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말이 더 이상 거창하게 들리지 않는다. 책을 읽는 몇십 분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서가 아이를 키우는 정답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육아서를 많이 읽으면 좋은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육아서를 읽을수록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나온 방법을 정답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내 아이의 실제 모습보다 책 속 기준을 먼저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마다 정말 다르다. 어떤 아이에게 효과가 있었던 훈육 방법이 다른 아이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부모의 상황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책에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모든 가정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요즘 내가 육아서를 읽는 이유는 정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이해되지 않을 때 ‘왜 저러지?’에서 끝내지 않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또 육아책을 읽다 보면 아이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감정과 어린 시절, 부부관계, 자존감, 불안과 같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문제 하나를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 부모 자신의 감정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육아 공부가 결국 엄마의 마음공부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고 아이와의 갈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 좋은 문장을 읽고 감동했다가도 몇 시간 뒤 아이에게 화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를 낸 뒤에라도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지금 나에게 육아서가 주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은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던 엄마가 이제 책을 읽는다
첫째가 어릴 때는 책을 참 많이 읽어줬다.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고 예전보다 책을 덜 읽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문득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말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엄마인 나 역시 오랫동안 책과 멀리 지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이 좋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거실이나 식탁에서 엄마가 책을 펼쳐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독서교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리딩』이 재미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누군가의 대단한 성공담을 읽는 느낌보다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시 책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예전의 나는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골랐다. 지금의 나는 아이의 책과 함께 내가 읽을 책도 찾는다. 아이의 기질과 마음이 궁금해서 육아서를 읽기도 하고, 엄마인 내 감정을 알고 싶어 다른 분야의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첫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책을 읽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육아는 아이가 어릴 때 끝나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자라면 고민의 종류가 달라지고 그때마다 부모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만 책을 읽고 싶지는 않다. 엄마인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책을 읽고 싶다. 힘든 날에는 책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고, 복잡한 마음이 들 때는 한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고 말하기 전에 나부터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것. 어쩌면 내가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독서육아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 홍보라, 『엄마 리딩: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책과 만나다』, 경원북스
· 책의 목차 및 저자·도서 소개는 직접 소장한 도서를 참고했습니다.
· 육아와 독서에 관한 경험 및 생각은 작성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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