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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보호자여야 할 계부에게 폭행·강간당하고 숨진 채 아이스박스에 유기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저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문제를 계속 지켜봐 왔는데, 이 사건의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도저히 끝까지 읽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범행의 잔혹함도 문제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가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벌어진 일

    가해자가 처음부터 '괴물'이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사실 핵심을 비껴간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위험 신호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아이가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 2021년 6월 15일이었습니다. 계부 양씨는 대전 대덕구 주거지에서 친모 정씨와 음주 중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A양을 향해 폭력을 시작했습니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살충제 통으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1시간가량 폭행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다리뼈가 부러졌습니다. 그리고 폭행 도중 성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A양은 결국 넙다리뼈 골절을 포함한 전신 손상으로 숨졌습니다.

    여기서 '넙다리뼈 골절'은 단순한 의학 용어가 아닙니다. 생후 20개월 영아의 대퇴골, 즉 몸에서 가장 굵고 강한 뼈가 부러졌다는 것은 그만큼 극도의 물리적 충격이 가해졌다는 뜻입니다. 어른도 골절되기 어려운 부위가 부러진 것입니다.

    더 참담했던 것은 범행 이후였습니다. 양씨와 정씨는 A양의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둔 채 수일간 모텔을 전전했고, 시신이 부패하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아이스박스에 넣고 얼음팩을 교체하며 은닉을 이어갔습니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A양의 외조모 B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였습니다. 경찰이 수색을 통해 이미 부패한 상태의 시신을 발견했고, 사흘 뒤 양씨는 인근 모텔에서 검거됐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외조모의 신고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등이 서늘합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고리가 가족 중 한 명의 용기에 달려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무겁게 남아 있습니다.

    요약: 계부의 1시간 폭행과 강간으로 생후 20개월 A양이 숨졌고, 시신은 20여 일간 아이스박스에 은닉됐다가 외조모 신고로 발견됐습니다.

     

    1심 징역 30년, 2심 무기징역의 차이

    처벌이 충분했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사건의 1심과 2심 판결 차이가 그 논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1심 재판부는 양씨에게 징역 30년,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 스스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잔혹한 범죄"라고 표현했음에도, 양씨의 불우한 성장 환경과 우발성, 반성 진술 등을 양형에 참작했습니다. 여기서 '양형(量刑)'이란 법관이 범죄의 경중과 피고인 사정을 종합해 형벌의 종류와 크기를 결정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왜 이 형량인가"를 설명하는 법적 판단입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에 불복한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양씨에게 무기징역, 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잠을 자지 않아서" 또는 "경제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폭행했다는 양씨의 진술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하게 짓밟은 극히 비인간적인 범행"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정씨에 대해서도 2심은 달리 봤습니다. 반성문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구구절절 표현했지만, 범행 전후 행동 어디에도 어머니로서의 연민이나 자책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법원이 감정적 진술과 실제 행동을 분리해서 판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로 하는 반성과 행동으로 보이는 반성은 다르다는 것을 재판부도 명확히 짚은 셈입니다.

    이 사건은 1심 결심공판까지 엄벌 탄원서가 753건,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21만 명을 넘길 만큼 여론의 분노가 컸습니다(출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그 분노가 2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여론과 별개로 재판부가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다시 면밀히 들여다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1심: 양씨 징역 30년, 정씨 징역 1년 6개월 — 우발성·성장환경 참작
    • 2심: 양씨 무기징역, 정씨 징역 3년 — 비인간적 범행, 반성 진정성 부정
    • 국민청원 21만 명 이상 동의, 탄원서 753건 접수
    • 범행 이틀 전 성추행 선행 — 우발적 범행 주장의 신빙성 의문
    요약: 1심 징역 30년에서 2심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강화됐으며, 재판부는 "납득 불가한 동기와 극히 비인간적 범행"을 그 이유로 명시했습니다.

     

    예방 대책 — 신고 이후가 더 중요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처벌 강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신고 이후의 시스템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아이를 살린 것은 외조모의 신고였습니다. 그런데 신고가 접수된 뒤 경찰이 수색을 통해 시신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는지, 그 과정에서 아이를 더 일찍 구할 기회는 없었는지에 대한 공개된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문제를 계속 지켜봐 온 입장에서, 가장 반복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는 용어가 중요합니다. 이는 아동학대 신고 접수 후 현장 조사, 피해 아동 보호,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신고 이후 아이가 실제로 안전한지 확인하고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출처: 보건복지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과 예산은 늘어나는 신고 건수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처벌 강화가 억지력이 된다고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동학대 가해자 중 상당수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처벌 결과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동학대 관련 자료를 꾸준히 찾아봐 온 경험상, 처벌이 아무리 무거워도 신고 후 아이를 실제로 분리하고 보호하는 체계가 약하면 막을 수 없습니다. 아동학대 대책의 기준은 어른의 편의가 아니라 아이의 안전이어야 합니다.

    요약: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신고 이후 아이를 실제로 분리하고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현장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반복되는 비극 — 왜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는가

    정인이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게 2020년 말이었습니다. 그 이후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즉각 분리 제도 도입 등 제도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즉각 분리 제도'란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현장 조사관이 부모 동의 없이도 아이를 즉시 보호시설로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정인이 사건 이후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 개선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그 논의가 한창이던 2021년에 발생했습니다. 제도가 바뀌는 속도보다 현실의 위험이 더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저는 정인이 사건 이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후원을 시작했고, 지금도 매달 소액을 보내고 있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연결되어 있어야 이 문제를 잊지 않고 계속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가해자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범행 이틀 전 성추행이 있었고, 양씨는 이미 사기·절도 등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지, 이전에 어떤 신호가 있었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드는 생각은, 결국 지역사회가 아이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어린 아이의 몸에 이상한 멍이 보일 때,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신고하는 문화가 쌓여야 합니다. 제도와 처벌 못지않게, 주변의 관심이 아이를 살립니다.

    요약: 정인이 사건 이후 제도가 개선됐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현실은,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장 대응 강화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부 양씨는 현재 어떻게 됐나요?

    A. 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1심의 징역 30년에서 항소심을 거쳐 형이 강화된 것으로, 2심 재판부는 범행의 비인간성과 납득 불가한 동기를 주된 이유로 들었습니다. 무기징역은 종신형과는 다르게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가석방이 가능한 형벌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처벌이 충분한가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Q. 친모 정씨는 왜 더 가벼운 처벌을 받은 건가요?

    A. 1심은 정씨가 양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받아온 점, 신고 시 죽이겠다는 위협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시신을 20일간 함께 은닉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도주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관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2심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라는 지위에서의 책임을 더 무겁게 본 것으로 이해됩니다.

     

    Q. 아동학대 의심될 때 신고는 어디에 하면 되나요?

    A. 아동학대 신고는 112(경찰) 또는 아동학대 전용 신고전화 112로 가능하며, 아동보호전문기관(각 지역별 운영)을 통해서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자의 신분은 법적으로 보호되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 관련 직군은 의무 신고자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상황이 보인다면 망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즉각 분리 제도가 있으면 이런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나요?

    A. 즉각 분리 제도는 신고 후 현장 조사관이 부모 동의 없이도 아이를 즉시 보호 조치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조기 개입이 가능하지만, 현장 인력 부족과 판단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실제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도 자체보다 그것을 실행하는 인력과 예산, 그리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함께 갖춰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서 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생후 20개월이면 이제 막 걷기 시작하고 옹알이를 하는 나이입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 나이의 아이를 떠올리면, 이 사건의 내용은 글로 읽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동학대 사건을 오래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고 이후 실제로 아이가 안전해질 때까지 누가 책임지고 확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매달 보내는 후원금이 크지 않더라도, 이 문제를 잊지 않고 계속 관심을 두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학대 의심 상황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각자에게 가장 필요한 행동입니다.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829n00035?mid=n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