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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직업을 빼앗을 거라는 말, 아직도 남 얘기처럼 들리시나요? 저는 요즘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이것저것 새로운 일에 도전 중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다 치는데,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될까.
AI 대체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은 따로 있다
많은 분들이 AI에 대체될 직업으로 단순 반복 노동직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AI 대체 위험(automation risk)이 가장 높은 직군은 오히려 고학력·고소득 전문직입니다(출처: 한국은행). 여기서 AI 대체 위험이란 해당 직업의 업무를 AI 알고리즘이 인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수치화한 지표를 말합니다. 의사, 회계사, 변호사처럼 우리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직업들이 오히려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자사 서비스 코드의 75%를 AI가 작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코딩을 배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일즈포스의 AI 시스템은 고객 문의의 85%를 사람 없이 처리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포럼(WEF)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때 500명이 일하던 고객 상담 센터가 AI 도입 후 50명 규모로 줄어든 사례도 있습니다(출처: World Economic Forum). 번역가의 3분의 1 이상이 AI로 인해 일감을 잃었다는 수치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 흐름이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속도입니다. AI 세이프티(AI safety)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로만 얌폴스키 교수는 온라인 포커 봇이 단 몇 년 만에 세계 최고 프로 포커 플레이어들을 꺾는 장면을 보며 이 패턴이 모든 직업에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AI 세이프티란 AI 시스템이 인간의 의도에 반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구 분야로, 2010년 얌폴스키 교수가 처음 개념화한 용어입니다. 당시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래도 살아남는 직업들, 핵심은 '하드웨어의 한계'
그렇다면 어떤 일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젊은 세대에게 배관공이나 전기 기사가 되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처음엔 반농담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논리를 따라가 보면 맞는 말입니다.
AI의 두뇌, 즉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의 물리적 신체, 즉 하드웨어는 아직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좁고 복잡한 공간에서 즉석으로 판단하고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하는 작업은 현재 로봇이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피지컬 AI(Physical AI)와 소프트웨어 AI 사이의 시간 차이로 만들어진 방패입니다. 여기서 피지컬 AI란 디지털 환경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AI 시스템, 즉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더 오래, 어쩌면 영구적으로 살아남을 직업군이 있습니다. 얌폴스키 교수가 말한 "AI가 더 잘할 수 있지만 인간이 굳이 인간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일"들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 수십 년간 비밀을 지켜온 개인 자산관리사나 회계사처럼, 성능이 아닌 관계와 신뢰가 선택 기준인 경우
- 온기가 필요한 직업: 새벽 3시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 손을 잡아주는 일처럼, 효율로 측정할 수 없는 인간적 돌봄
- 손길의 가치를 인정받는 직업: 장인이 직접 만든 원목 가구처럼, '사람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격표가 되는 영역
- 책임을 지는 직업: AI의 판단에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는 사람, AI 감시자로서의 역할
- 현장감을 제공하는 직업: 라이브 공연처럼 그 순간 그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경험을 만드는 일
저는 이 중 '책임을 지는 직업'이 앞으로 가장 빠르게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그 AI를 감시하고 최종 판단에 서명하는 사람의 무게는 오히려 커지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이 답이라면,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길러줄까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책을 많이 보도록 해왔습니다. 그런데 뇌과학적으로 창의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나니, 막연하게 경험을 늘려주는 것과 방향을 잡고 키워주는 것이 꽤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심리학자 조이폴 길포드는 창의성이 IQ와는 별개라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사고방식을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와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로 구분했습니다. 수렴적 사고란 주어진 정보 안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논리적 능력이고, 발산적 사고란 정해진 틀 없이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열어두고 확장하는 능력입니다. 지금까지의 입시 교육은 수렴적 사고를 극도로 훈련시켜 왔습니다. AI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반대편에 있는 발산적 사고입니다.
뇌과학 측면에서 보면, 창의적인 사람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와 중앙 실행 네트워크(central executive network)가 모두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멍하게 있거나 상상할 때 활발해지는 뇌 회로로, 흔히 '아이디어가 샤워 중에 떠오르는' 현상의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이 두 네트워크는 동시에 켜질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 둘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세일리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가 발달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창의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 가능한 뇌의 전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부모로서 제가 바꾸려고 하는 것들
첫째 아이를 키울 때 돌아보면, 솔직히 제가 너무 많이 개입했습니다. 넘어지려 하면 먼저 잡아주고, 막히면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그게 애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스스로 탐색 회로를 쓸 기회를 빼앗은 건 아닐까 싶어 반성이 됩니다. 그래도 첫째는 지금 온라인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조금이지만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제가 뭘 잘해줬다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찾아낸 것 같아서 더 대견합니다.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은 부모의 유형을 목수 부모와 정원사 부모로 나눕니다. 목수 부모는 원하는 결과물을 미리 정해두고 아이를 그 틀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고, 정원사 부모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고 스스로 자라게 두는 방식입니다. 저는 첫째에게는 목수 부모에 가까웠고, 둘째와 셋째에게는 의식적으로 정원사 부모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패를 경험하게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실패를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그냥 손 뻗어서 도와주고 싶은 충동이 매번 올라옵니다. 그런데 도전과 실패, 재도전 끝에 성공을 직접 경험한 아이만이 다음 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또 하나, 결과 칭찬 대신 과정 칭찬이 중요합니다. "100점 맞았네"가 아니라 "이번에 어떻게 풀어봤어?"라고 묻는 것, 작은 차이 같아도 아이의 사고 방향을 바꿉니다.
일론 머스크를 키운 어머니가 장난감을 치워버렸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으면 아이는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할 동기를 잃어버립니다. 과한 개입과 과한 제공, 둘 다 아이의 자생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것은 직업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면서,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저도 지금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결국 그런 힘을 키워가리라 믿습니다.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전에, 지금 이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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