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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다는 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첫째가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는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숙제해라", "밥 먹어라" 하면 "알겠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부모로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잔소리 줄이기,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6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제가 뭘 말하면 아이가 반응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오면서부터 같은 말을 해도 완전히 다른 아이처럼 굴더라고요. 처음에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러나 싶기도 했고, 제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사춘기는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심리적 분리개별화(psychological separation-individuation)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분리개별화란 아이가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발달 단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하는 중인데, 거기에 부모의 잔소리가 끼어들면 그 과정 자체를 방해받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잔소리를 멈추는 게 방치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사춘기 자녀에게 일방적인 조언은 거의 100% 잔소리로 받아들여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이라고 부릅니다. 심리적 반발이란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고 느낄 때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심리를 말합니다. 아이에게 "공부해라"고 말할수록 공부하기 싫어지는 게 바로 이 원리입니다.

    실제로 제가 잔소리를 의식적으로 줄이기 시작한 뒤로, 아이가 가끔씩 먼저 말을 걸어오는 빈도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劇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부모가 지켜야 할 핵심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추궁하지 않는다
    • 부정적인 반응 대신 "그랬구나"로 일단 수용한다
    • 가족 활동을 거부할 때 강제하지 않고 의사를 존중한다
    •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대화를 미룬다

    국내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자녀 간의 갈등이 잦은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은 자아존중감(self-esteem)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아존중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심리적 기반으로, 청소년기에 형성된 자아존중감은 이후 성인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조절과 공감 대화,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대꾸도 안 하고 날카로운 말투로 받아칠 때,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가 화가 난 이유를 들여다보면, 아이에 대한 걱정이나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감이 뒤섞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감정이 격해진 채로 꺼낸 말은 의도와 다르게 상처가 되고, 한번 상처받은 아이는 마음의 문을 더 닫아버립니다. 저는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왜 지금 이렇게 화가 났지?"를 의식적으로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습니다.

    공감 대화(empathic communic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감 대화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먼저 인식하고, 그것을 말로 반영해 주는 소통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원을 쉬고 싶다고 할 때 "또 가기 싫어서 그러지?"라고 반응하는 것과 "많이 지쳤구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반응하는 것은 아이에게 완전히 다른 신호로 전달됩니다. 전자는 부모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느낌을, 후자는 부모가 자신의 편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공감보다 효과적인 건 예방적 대화(preventive communication)입니다. 예방적 대화란 갈등이 터지기 전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내일 아침에 이것저것 해야 해, 혹시 어려운 부분 있어?"처럼 전날 밤에 미리 이야기를 나눠두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을 쓰면 다음날 아침 불필요한 충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미 아이가 폭발한 뒤에 공감하는 건 감정적 소방 활동에 가깝고, 예방적 대화는 불이 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청소년 정신건강의 전문가들은 부모의 정서 코칭(emotion coaching) 역량이 청소년의 정서 조절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서 코칭이란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함께 다루어 나가도록 돕는 부모의 역할을 가리킵니다. 결국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은 부모가 먼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고 배운다는 뜻입니다.

    지금 저도 완벽하게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가끔 실수하고, 말이 먼저 나오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를 아이와 싸우며 보내기보다, 저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아이만 겪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교육 조언이 아닙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참고: https://youtu.be/UPUB62nuD3M?si=YIAqJvG25gsgWj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