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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시안게임 경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생각이 난다. 어린 나이부터 운동을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고,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문득 궁금해진다.
“저 선수들은 몇 살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에게 시선이 간다. 아이가 달리기를 잘하거나 공을 잘 던지는 모습을 보면 ‘운동 하나 제대로 시켜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시켜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나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몇 살부터 배워야 할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거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 운동, 몇 살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이 운동을 검색하면 수영, 축구, 태권도, 발레, 줄넘기처럼 다양한 운동의 시작 시기를 묻는 질문이 많다. 하지만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에는 반드시 정해진 시작 연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5세 아이들이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하루 동안 충분히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도록 권장한다. 이 시기에는 특정 종목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뛰기, 공놀이, 자전거 타기, 놀이터에서 놀기 등 다양한 움직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6~17세가 되면 기준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CDC는 이 연령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하루 60분 이상의 중강도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5~17세가 일주일에 걸쳐 하루 평균 60분 이상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신체활동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은 반드시 운동학원에서 하는 수업만 의미하지 않는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공놀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춤추기 등 몸을 움직이는 다양한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결국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몇 살부터 어떤 종목을 배우느냐’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성장기 아이에게 운동이 필요한 이유
아이 운동이라고 하면 키 성장부터 떠올리는 부모가 많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신체활동의 효과를 단순히 ‘키를 크게 하는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아이의 키에는 유전, 영양, 수면,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운동을 한다고 키가 반드시 더 크게 자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훨씬 넓다. WHO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심폐체력과 근력, 뼈 건강에 도움이 되며 인지기능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이점이 있다.
CDC에서는 6~17세 아이들의 하루 60분 이상 신체활동 가운데 대부분을 유산소 활동으로 구성하고, 달리기나 점프처럼 뼈를 강화하는 활동과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도 일주일에 적어도 3일 포함하도록 권장한다.
그렇다고 부모가 매일 시간을 재면서 아이에게 “오늘 60분 못 채웠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운동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버리면 아이가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학교에 걸어가기,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기, 주말에 가족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모두 신체활동이다. 운동을 특별한 수업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움직일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공을 좋아하는 네 살 아들, 내년에는 축구를 시작해볼까
우리 집 막내는 네 살 아들이다. 그런데 세 살 때부터 유독 공을 좋아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공이 있으면 발로 차면서 놀았고, 제법 잘 차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축구에 관심이 생겼다.
아이가 좋아하니 내년 다섯 살이 되면 축구교실에 한번 보내볼까 생각하고 있다. 선수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한번 경험해보고, 친구들과 뛰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사실 아이가 운동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한 번쯤 그다음까지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혹시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 ‘일찍 시작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선수를 목표로 전문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시간과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다. 어린 나이부터 훈련과 대회를 반복해야 하고 가족의 생활도 아이의 운동 일정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네 살인 아이를 보면서 벌써부터 ‘선수를 시킬까, 말까’를 고민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공을 차면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그 마음을 오래 지켜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축구교실을 시작하더라도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기보다는 아이가 정말 즐거워하는지를 먼저 보고 싶다.
아시안게임 선수들을 보니 부모의 시간도 함께 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보면서는 예전과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다. 경기에서는 몇 분, 몇 초 만에 승부가 결정되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 선수들이 보낸 시간은 화면에 다 나오지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 운동을 시작한 선수도 있을 것이고, 친구들이 놀고 쉬는 시간에 훈련장에 있었던 날도 많았을 것이다. 잘되는 날만 있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기록이 나오지 않는 시기, 경기에서 지는 순간, 부상이나 슬럼프처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지나 국가대표가 되어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니 선수 뒤에 있는 가족도 생각하게 된다. 어린 아이가 혼자 운동장을 찾아가고, 혼자 대회를 준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훈련장까지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일정 때문에 가족이 함께 고민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선수와 가족의 과정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가 얼마나 지원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운동했는지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경기 화면만 보고 그 과정을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의 눈으로 경기를 보다 보니 메달 뒤에 있었을 오랜 시간이 자꾸 상상됐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 잘되지 않을 때 기다려주는 것,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메달보다 먼저,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을 보고 난 뒤 막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를 해보고, 또 다른 운동에 관심이 생기면 그것도 경험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축구교실에 보내게 된다면 “오늘 몇 골 넣었어?”보다 “오늘 재미있었어?”를 먼저 물어보고 싶다. 잘해야 계속하는 운동이 아니라 좋아해서 계속하고 싶은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정말 진지하게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때 함께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아이가 그 과정을 원하는지를 그때 생각하면 된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이유도 결국 메달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없이 반복했을 연습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갔을 시간을 생각하니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막내가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괜찮다. 다른 운동을 좋아하게 되어도 괜찮다. 지금 네 살 아이가 공 하나를 놓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이 시간이 운동을 좋아하는 첫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도 충분히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World Health Organization(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Children and adolescents aged 5–17 years
· World Health Organization(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sedentary behaviour and sleep for children under 5 years of age
·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Child Activity: An Overview
·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Making Physical Activity Part of a Child's Life
※ 이 글의 운동 관련 내용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아이의 질환이나 부상, 발달 상태 등에 따라 적절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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