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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가장 늦게 알게 된 사실은 아이의 마음만큼 부모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육아가 힘든 이유를 대부분 아이의 행동에서 찾았습니다. 말을 듣지 않아서 힘들고, 형제끼리 다퉈서 힘들고,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아서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이 생겨도 어떤 날은 웃으며 넘길 수 있고 어떤 날은 작은 행동에도 화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이의 행동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내 마음 상태도 달랐던 것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는 아이를 바꾸는 방법보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펼친 책이 결국 내 마음을 이해하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마음공부와 내마음 보기

    아이를 키우며 자주 겪게 되는 감정 중 하나가 양육 스트레스입니다. 양육 스트레스란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과 긴장, 피로가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한 명이 힘든 날보다 세 아이의 요구가 동시에 몰리는 날이 더 많습니다. 숙제, 식사, 준비물, 형제 갈등처럼 각각은 작은 일이지만 한꺼번에 겹치면 마음의 여유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이런 상태에서도 '엄마니까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지쳐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개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부모 성찰 기능입니다. 부모 성찰 기능은 아이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어떤 감정과 의도가 있을지 생각하고, 동시에 부모 자신의 감정도 돌아보는 능력을 뜻합니다. 연구에서는 부모 성찰 기능이 부모의 양육 행동과 자녀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가 짜증을 냈을 때 곧바로 '버릇이 없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지금 피곤한가, 속상한 일이 있었나'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동시에 '나는 왜 이 행동에 유난히 화가 났을까'를 돌아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부모 성찰 기능과 양육 행동의 관계를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내적 상태를 이해하려는 능력과 긍정적 양육 행동 사이의 관련성이 여러 연구에서 관찰됐습니다.

    저에게 마음공부는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화가 났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그 이유를 찾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이 과정에는 정서조절이라는 개념도 연결됩니다. 정서조절은 화, 불안, 서운함 같은 감정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게 표현하고 다루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것보다, 화가 올라오는 순간 내가 이미 지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저에게는 훨씬 현실적인 변화였습니다.

    책읽기가 바꾼 시선

    처음에는 육아서를 읽으면 아이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아이보다 제 이야기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왜 나는 아이가 말을 바로 듣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처럼 느끼는지, 왜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게 되는지, 왜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오래 생각하는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책읽기는 정보를 얻는 행위에서 조금씩 나를 바라보는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떠올리게 된 개념이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한 단계 떨어져 바라보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화를 내는 순간 감정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리는 대신 '지금 내가 굉장히 예민해져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문장 하나를 오래 생각하는 시간은 제게 이런 연습과 비슷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제 행동과 감정을 비교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음챙김 양육입니다. 마음챙김 양육은 부모가 현재 순간의 자신의 감정과 아이의 반응을 판단부터 하지 않고 주의 깊게 바라보는 접근을 말합니다. 즉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내는 순간 곧바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먼저 상황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코크란의 2024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마음챙김을 포함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일부 부모와 자녀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양육 스트레스 감소에도 일부 긍정적 신호가 있었지만, 근거의 확실성은 낮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방법이 모든 부모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보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 자체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습니다.

    책읽기가 좋은 이유는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문장은 공감이 되지만 다른 문장은 제 생각과 다를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책에 쓰여 있으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이 말이 지금 내 상황에도 맞는가'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책 한 권을 읽은 뒤에도 한 가지 답만 남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다음 책을 읽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배움이 남긴 변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제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를 키우며 기다림을 배우고, 둘째를 통해 같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 셋째를 통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도 그냥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만큼 제가 느끼는 감정도 상황마다 달랐습니다.

    이런 경험을 이해하는 데 다시 부모 성찰 기능이라는 개념이 도움이 됐습니다. 부모 성찰 기능은 아이의 행동과 부모의 감정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부모 성찰 기능과 마음챙김 양육이 부모와 자녀 관계, 부모의 민감한 반응, 양육 스트레스와 관련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와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방법 하나가 모든 가정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부모가 자신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여러 관점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에게 배움은 예전보다 화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화가 난 뒤에 아이만 탓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든 것이 변화였습니다. '왜 아이가 저랬을까'와 함께 '나는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서조절도 조금씩 연습하게 됩니다. 정서조절은 감정을 참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알아차리고 더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려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도 책을 읽으며 아이를 이해하는 내용뿐 아니라 엄마인 제 마음에 오래 남은 생각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정답을 찾기보다 오늘보다 조금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시작한 마음공부는 결국 아이를 잘 키우는 기술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공부가 먼저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PubMed, 부모 성찰 기능과 양육 행동의 관련성을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
    Cochrane, 마음챙김을 포함한 양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