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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된 첫째 딸은 요즘 제페토에 푹 빠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하루 종일 제페토 이야기를 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페토를 단순한 캐릭터 꾸미기 게임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바타를 꾸미고 노는 가상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도 하고, 잔소리도 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페토에 빠진 중학생 딸을 보며 처음에는 걱정이 컸습니다
처음 딸이 제페토에 관심을 보였을 때 저는 단순한 놀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캐릭터 옷을 입히고, 꾸미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오랜 시간 제페토를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걱정이 앞섰습니다.
가장 먼저 걱정된 것은 시간 사용이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할 것도 많아지고, 학교생활도 바빠졌는데 핸드폰과 노트북을 오래 보는 모습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온라인 공간에 너무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또 하나 걱정된 부분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낯선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대화를 옆에서 볼 수도 없기 때문에 혹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 제한을 강하게 하기도 했고, “그만 좀 해라”, “공부는 언제 하려고 하냐” 같은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을 부모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대화가 자꾸 잔소리로 끝나니 아이도 점점 설명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조금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막기 전에 아이가 왜 좋아하는지,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부모가 모르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이와의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니티를 배우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제페토를 더 잘하기 위해 유니티라는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니티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검색해보니 게임이나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제작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꽤 전문적인 프로그램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는 유니티를 배우려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사줘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잠깐 흥미를 보이다가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여러 번 이야기한 끝에, 아이가 모아둔 돈으로 중고 노트북을 하나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진심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뤄본 경험도 많지 않은 아이가 유니티 화면을 켜놓고 하나씩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안 되면 GPT에게 물어보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제페토 안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질문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았습니다.
오류가 생기면 몇 시간씩 붙잡고 있기도 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그만하고 쉬어”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수정하고 다시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해결되면 정말 뿌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화면을 보고 노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배우고, 막히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학교 공부와는 또 다른 방식의 학습처럼 보였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필요해서 배우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과정은 꽤 창의적인 작업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꾸미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AI 시대에는 막기보다 대화하며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요즘은 AI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드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자라온 시대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고 표현해본 경험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페토와 유니티를 통해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과정도 완전히 의미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부모의 관리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하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용 시간, 온라인 대화, 개인정보 보호 같은 부분은 여전히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막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점이 재미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만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면, 요즘은 “오늘은 뭘 만들었어?”라고 물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도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야기할 때 표정이 살아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아이가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직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공부와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활동하는 방법도 계속 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몰입하는 분야가 있다면 부모가 먼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 것보다 스스로 배우고, 도구를 활용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제페토와 유니티가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배우고 있는 문제 해결력, 창의력, 몰입하는 힘은 분명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로서 걱정은 남아 있지만, 이제는 무조건 막기보다 아이의 관심을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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